https://www.youtube.com/watch?v=qDf0EBVdMfg

이상훈

안녕하세요,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는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방안 토론회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오늘의 좌장을 맡은 이상훈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19로 인해서 발생한 미증유의 다양한 사회 문제와 더불어서 한국의 문화예술 분야, 특히 영화 분야는 역시 지금껏 겪은 바 없었던 여러 가지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긍정과 부정이 교차하는 여러 가지 영화 산업을 둘러싼 사안들을 목도하면서, 우리는 한국 영화 산업이 현재 위기 국면에 있다는 것에 대해서 동일한 의견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토론회가 한국영화 산업의 위기에 대한 진단과 향후 방안에 대한 마중물의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오늘의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회는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 대한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토론회 말미에 유튜브 채널 게시판에 게시된 질문을 발제자와 토론자분들에게 전달해서 답변을 들어보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니 이번 토론회에 다루는 내용에 대해서 가감없는 질문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오늘의 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 토론회의 발제를 맡아주신 분은 인하대 연극영화과 교수인 노철환 교수님이시고요, 영화의 재정의와 영화발전기금의 재원 확대라는 두 가지 중요한 테마를 가지고 발제를 해주시겠습니다. 노철환 교수님 부탁드리겠습니다.

노철환

네 방금 소개받은 인하대학교 연극영화과의 노철환입니다. 오늘 드릴 이야기는 영화의 재정위기와 영화 발전기금 재원 확대라는 주제이고요, 발제는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영화의 재정의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왔습니다. 그 시점에 제가 새로운 개념 제시를 할 수 있는 걸까, 라는 것이 본 발제의 문제제기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가지 지점에서 생각해 보고 싶습니다. 하나는 영화사 속에서 영화의 정의가 무엇이었는지 한번 되짚는 시간이 되면 좋겠고요, 또 하나는 영화, 한국영화 진흥의 동력으로서 우리 영화발전기금이 얼마나, 왜, 필요한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럼 첫 번째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몇 년 전에 프랑스에 갔을 때 찍었던 사진입니다. 여기 우측 상단에 보시면 글씨가 써져 있는데요 바로 이런 식의 글씨가 쓰여 있습니다 잘 안 보이실까 봐 따로 적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을 하면 뤼미에르 형제가 발명한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의 도움으로 움직이는 사진의 첫 번째 대중 영사들이 1895년 12월 28일 이곳에서 열렸다, 라고 쓰여 있습니다. 바로 이 건물이 그 유명한 ‘르 그랑’ 카페입니다. 최초의 유료 상영회가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죠. 당시의 팜플랫이고요, 여기에 써져 있는 10편의 영화가 11프랑의 입장료를 받고 유료 상영되었습니다. 당시에 포스터죠. 여기에 시네마토그라프 리메프라고 써져 있는데요, 이 시네마토그라프라는 이름, 이 이름이 영화에게 주어진 첫 번째 이름이었습니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유료 상영할 때 이름을 지었던 이 시네마토그라프 옆에 있는 기계 장치 이름이기도 한데요, 원래 이 이름은 뤼미에르 형제가 만든 것이 아니라 레용블리라는 발명가가 특허 등록을 했었던 영사기 이름이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구현되지 못했고,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이름은 남아있는 상태였던 거죠. 이 이름은 여기 시네마, ‘키네마’와 ‘그라프’라는 단어가 조합이 되어 있는데요, 이 키네마는 ‘움직임’이라는 뜻이고, 그라페인이라는 그리스어는 ‘쓰다’라는 ‘기록하다’라는 의미입니다. 즉 ‘움직임을 기록하는 장치’인 거죠. 그래서 1895년 2월 13일에 최초로 특허 등록했을 때 당시의 이 장치의 이름은 시네마토그라프가 아니고 키네토스코프 드 프로젝션(Kinetoscope de projection) 즉 ‘영사하는 키네토스코프’였습니다. 그런데 이 키네토스코프라는 이름을 사용하기가 왠지 꺼림직 했던 거죠. 그 이유는 이미 이 장치를 에디슨(Edison)이 발명해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디슨 사에서 만든 첫 번째 기계는 키네토그라프였습니다. 이건 촬영기였고요, 이것을 만든 사람은 딕슨이라는 발명가였습니다. 그가 만든 딕슨 그레이팅(<Dickson Greeting>)이라는 단편작품은 16프레임 정도로 이렇게 구성이 되어 있던 영화 였는데요, 이어서 1893년에 키네토스코프, 스코프(scope)는 ‘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관람 장치가 만들어지는데, 옆에 있는 이 그림과 같은 관람 장치입니다. 여기 O라고 써져있는 곳에 눈을 가져다 대고, 이렇게 개인이 볼 수 있는 장치였던 거죠. 이 이후에도 키네토 폰이라는 것을 만들어서 들을 수 있는 장치로 만들었고요, 그 이후에는 비타스코프(Vitascope)라는 것을 만들어서 영사하는 형태로도 상영을 했습니다. 이 스코프라는 것은 좀 전에 잠깐 말씀드린 것처럼 ‘보다’라는 의미고, 이 비타는 비타민 할 때 그 비타입니다. 그래서 ‘생명’, ‘삶’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그렇다면 이 최초의 이름들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영화의 특징, 본질은 무엇일까 라는 것을 세 가지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는 방금 보신 것처럼 시네마, 즉 키네마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프랑스의 시네마토그라프, 시네마, 시노시, 포루투갈어나 터키어, 전부 다 시네마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고요, 독일어로 키네마토그람, 그리고 러시아어의 키노, 영어의 무비 모두 움직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그림’ ‘사진’ 또는 ‘영사’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름들인데요, 무빙 픽쳐를 비롯해서 일본어 에이가 이 에이가, 영화라는 것은 우리 대한제국 시절의 한국에 영화가 들어오면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이름이죠. 중국어로 디애닝 같은 경우는 전기 ‘전’자에, 그림자 ‘영’자를 사용하고 있고요, 그림자극의 흔적이 남겨 있는 이름이죠. 포루투갈어의 Figura em movimento는 써진 그대로 움직이는 그림이 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필름 Film 이라는 이름이 있는데요, 발음은 조금 다르더라도 필름이건 필무건 간에 영어 터키어 독일어 거의 모든 나라에서 필름을 영화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스페인의 펠리큐라(Pelicula)도 똑같은 필름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필름으로 영화를 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왜 우리는 필름이라는 이름을 영화에 부여하는 것일까요? 제 첫 번째 질문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이제까지 이름으로 확인한 탄생기 시절의 영화의 특징은 그림 또는 사진을 필름으로 기록하고, 이것을 영사해서 그 그림자에서 우리가 움직임을 느끼고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보고 듣는 것, 이것이 바로 영화라는 거죠.

영화는 세상에 없었던 매체였습니다. 우리에게 시청각적 경험을 제공했고, 시간으로 따지면 1분 내외 그리고 복제와 배포가 가능한 당대 유일한 동영상 물이었습니다. 영화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극장상영 장편, 이렇게 이루어진 유료 동영상 저작물이 꼭 아니지 않을까 라는 게 제 첫 번째 질문입니다.

두 번째로는 산업과 연작물에 대한 이야기를 해 드리겠습니다. 영화는 19세기 말에 탄생했습니다. ‘예술로 시작했다’라기보다는 보고 즐기려는 유희로 시작되었었죠. 이것을 만든 사람은 예술가가 아니라 흥행가였고 발명가였습니다. 그리고 기타 기존의 예술들처럼 이 작가들의 뒤를 받은 후원자들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는 산업으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샤를로 빠떼(Charles Pathe)가 빠떼 형제사라는 회사를 만든 게 1896년, 우리가 흔히 영화의 탄생 기점이라고 말하는 바로 이듬해였습니다.

레온 고몽이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은 1900년이었고요. 고몽 발라스라는 초 거대 극장을 만든 것도 거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토마스 에디슨은 MPPC 라는 특허권 회사를 1908년에 만들었고요, 그의 이 특허권 주장으로 인해서 이렇게 이동한 사람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캘리포니아 주의 할리우드로 몰려가서 1912년이면 토마스 인스가 ‘인스빌’이라는 거대한 야외 세트를 만듭니다. 할리우드의 시작점인 거죠. 그 즈음에 만들었던 영화, 바로 Les Vampires 라는 <흡혈귀들>이라는 작품입니다. 루이페이아드가 연출한 작품이고요, 올리비 아사이아스와 장만옥이 주연한 <이르마 베프>(1996)의 배경이 되기도 하는 바로 그 작품이죠.